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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경제학부 졸업생인 탁모(26)씨는 재학시절 매일 왕복 4시간의 통학을 해야 했다. 서울 강서구 염창역 근처 집에서 학교까지 도착하는 데 꼬박 2시간이 걸렸다. 탁씨 동기 중에는 의사인 아버지가 사준 중형차를 몰고 다니는 친구도 있었다. 친구는 학교를 그만두고 아버지를 따라 다시 지방 국립대 의대로 진학했다. 집이 서울에 있는 데도 학교 근처에 2억원짜리 전셋집을 얻어 사는 친구도 있었다. 탁씨는 9일 “우리 집은 평범한 수준인데 대학 입학 후 친구들이 돈 쓰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꽤 있다”고 했다.

소비 수준이 달라 아예 함께 지내는 것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서강대 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임모(24·여)씨가 그런 경우다. 임씨는 대학에 들어와 사귄 친구의 씀씀이에 입이 벌어졌다. 친구는 늘 명품 가방을 가지고 다니며 고가의 피부과 시술을 받았다. 먹고 마시는 데도 돈을 아낌없이 썼다. 임씨는 “내 수준에서는 무리하게 돈을 쓸 수 없었기 때문에 같이 어울려 다니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결정할 때 이들의 좌절감은 더 커진다. 부유한 집 자녀들에겐 선택지도 많고 시간도 넉넉했다.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재수 삼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고시, 약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에 도전한다. 연세대 사학과 3학년 정모(26)씨는 휴학한 뒤 공인회계사 시험(CPA)을 1년 동안 준비하고 있다.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형편이 아니라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둔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올해 합격을 하지 못하면 복학한 뒤 학교를 다니면서 시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심적 압박이 크다. 정씨는 함께 스터디하는 친구가 “올해 안 되면 내년에 다시 보면 된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부러웠다. 친구 아버지는 건축사무소를 운영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또 다른 사학과 학생 조모(25·여)씨 처지도 비슷하다. 집안 형편은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탓에 월세나 생활비 등 부모님께 적지 않은 신세를 지고 있다. 조씨는 최근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반면 조씨 친구들은 로스쿨, 행정고시, 약학전문대학원 등을 준비하고 있다. 조씨는 “시험이나 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나로서는 애초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소위 ‘스펙 쌓기’에서도 부유한 학생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지만 부유한 집 학생들은 학비와 생활비 걱정 없이 스펙을 쌓기 때문이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에 다니는 이슬기(25·여)씨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주말과 주중 하루 3일씩 아르바이트를 하면 몸이 녹초가 된다. 특히 시험기간에는 공부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버겁다. 반면 아버지가 의사인 이씨의 동기는 고급 독서실을 정액권으로 끊고, 밤새워 공부한 다음날에는 택시로 등교해 체력을 비축했다.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도 마찬가지다. 연세대 사학과 정모(26·여)씨는 가정형편 때문에 교환학생 꿈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다 외국생활을 해보고 싶은 마음을 접을 수 없어 과외와 아르바이트 여러 개를 뛰어 최근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정씨는 “부모님 지원을 받으면서 쉽게 외국에 다녀오는 친구들을 보면 취업 이후의 삶에서도 나는 항상 그들보다 한참을 돌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대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에서도 빈부격차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화여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유지혜(25·여)씨는 “친구들이 방학 때마다 해외여행을 갔던 사진을 SNS에 올리곤 하는데 그때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상류층 자녀들은 사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 때문에 명문대에 합격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서강대 사학과에 재학 중인 구승은(25·여)씨는 사교육의 중심지라는 대치동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아이들의 목표는 ‘스카이 진학’ 단 하나로, 돈 많은 집 아이들은 별의별 과외를 다 받았다고 한다. 구씨는 “족집게 과외 종류가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공부 머리가 조금 부족해도 그 빈 부분을 부모의 돈이 메워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글=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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